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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주정차 금지 1년 6개월] 창원지역 초등학교 가보니

등굣길 막은 차량들 ‘스쿨존 위험 여전’

기사입력 : 2023-05-03 20:40:11

단속 현수막 비웃듯 주정차 버젓
횡단보도서 충돌할 뻔한 상황도

도내 작년 상반기 1만3656건 적발
2021년 한 해 적발 건수와 비슷

정차 가능 안심승하차존 8% 불과
어린이집·유치원 스쿨존 ‘최하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스쿨존 내 차량 주정차를 금지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경남지역 스쿨존은 여전히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발생한 부산 영도구 스쿨존 초등생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불법 주정차와 위험물 무단적치가 지목되는 만큼 지역에서도 스쿨존 내 주정차 등에 대한 지자체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오후 창원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되어 있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안전펜스가 설치된 인도가 아닌 차로를 걷고 있다./김승권 기자/
3일 오후 창원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되어 있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안전펜스가 설치된 인도가 아닌 차로를 걷고 있다./김승권 기자/

◇스쿨존 불법 주정차 ‘여전’=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오전 8시 30분께 창원시 의창구 창원초등학교 정문 앞. 스쿨존에 승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켠 채 멈춰서더니 한 학생이 부리나케 내려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문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주차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동문 앞 스쿨존 안전펜스에도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 상시단속’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승용차 7대와 트럭 2대가 양쪽으로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학생들의 등교를 지도하던 교통안전도우미 A씨는 “스쿨존에서는 주정차를 하면 안 된다고 안내를 하지만 일부는 왜 차를 대면 안 되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며 “특히 장기간 대놓고 있는 차들이 문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성산구 동산초등학교 인근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의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횡단보도를 침범해 주차한 차량들이 즐비했다. 실제 차도를 달리던 전동킥보드 운전자와 횡단보도를 건너던 학생이 서로를 확인하지 못해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쿨존 주정차 적발 오히려 ‘증가’= 스쿨존 내 차량 주정차가 전면 금지됐지만 경남지역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적발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경남지역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적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1~6월)에만 1만365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1년 한 해 적발 건수(1만5525건)와 맞먹는 수준이다. 2021년 10월 21일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들 차량은 모두 불법 주정차 차량에 해당된다.


통학 차량에 한해 정차가 가능한 ‘안심승하차존’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안심승하차존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2022년 12월 말 기준 경남지역 스쿨존 827곳 중 안심승하차존이 있는 곳은 8%(67곳)에 그쳤다. 이마저도 시·군별 제각각으로 18개 시·군 중 7개 시군에는 안심승하차존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도 관계자는 “최근 시·군에서 경찰청에 안심승하차존 설치 요청을 많이 하고 있지만, 대부분 초등학교의 경우 공간 확보가 힘들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쿨존 불법 주정차 대책에 대해 전문가는 운전자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 안전관리처 교수는 “민식이법 이후 제도적 개선은 이뤄지고 있지만 불법 주정차는 증가하는 등 운전자 의식 수준은 퇴보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단속과 함께 교통안전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쿨존도 교통사고 느는데…영유아 시설은 무방비= 경남지역 스쿨존의 교통사고는 늘고 있는데 반해 도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경우 스쿨존 지정조차 안 된 비율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남지역 최근 5년 스쿨존 내 교통사고 건수는 2018년 27건에서 2022년 55건(사망 1)으로 2020년(49건) 한 차례를 제외하고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도내 유치원·어린이집의 경우 스쿨존 지정조차 되지 않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빠른 개선이 요구된다.

강훈식 국회의원이 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남지역 초등학교의 스쿨존 지정률은 100%로 집계된 반면, 유치원은 지정 대상 가운데 절반(52%)만 지정돼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86%에 크게 못 미치는 비율이다. 어린이집은 64.7%만 지정돼 평균(75%)보다 10%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훈식 의원은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말 그대로 학교 근처를 지칭하는 ‘스쿨존’에만 국한되어 있던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며 “초등학생들보다 더 두터운 보호가 필요한 영유아 원생들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등 정부와 지자체의 더욱 적극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태형·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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